핵심 요약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주요 장비사의 2025년 중국 내 합산 매출이 19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 미국 본토에서의 물리적 선적량이 34% 급감했음에도 매출이 증가한 것은 장비 단가 상승과 대규모 서비스 계약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 중국이 미국 규제 강화에 대비해 성숙 공정 장비 및 핵심 부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프런트 로딩’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상세 분석
미·중 갈등 속의 역설적 호황: 장비 시장의 기형적 성장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핵심 주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램리서치(Lam Research), KLA의 중국 내 합산 매출이 190억 달러(약 26조 3,000억 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도달한 수치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본토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실제 장비 선적 물량이 전년 대비 34%나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오히려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수치상의 괴리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강력한 규제에 대비해, 핵심 공정 장비와 교체 부품을 대량으로 선제 확보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성숙 공정(Mature Node) 중심의 공급망 재편
중국은 현재 7nm 이하의 첨단 미세 공정 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28nm 이상의 성숙 공정(Legacy/Mature Node) 분야에서의 자급률을 극대화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증착(Deposition)과 식각(Etching)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장비사들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며, 중국 팹(Fab)들은 규제 범위 밖에 있는 장비들을 대거 사들여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고가 장비들의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서비스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이번 기록적인 매출 달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산업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 단절(Decoupling)이라는 대외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완성도와 시장 규모라는 측면에서 ‘강요된 상호의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향후 중국의 국산 장비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러한 매출 구조에 변화가 생기겠지만, 당분간은 미국 기술 패권과 중국의 자본 투입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기형적인 수익 창출 구조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시사점
중국 반도체 산업의 190억 달러 규모 장비 투자는 단순한 구매를 넘어 ‘생존을 위한 비축’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선적 물량 감소는 공급망의 물리적 제약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매출의 증가는 그만큼 장비의 부가가치와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이 성숙 공정에서 확보한 압도적인 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공정 효율화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의 빠른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